Saturday, June 11, 2011

Vacation

주위에 많이 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재충전을 위해 휴가 및 여행을 다녀온다.
라는 말이 있다.

사실 난 이 이야기에 크게, 아니 거의 동의하지 않았었다.
11년 넘게 일하면서 제대로된 휴가를 써본 적도 없었고,
재충전 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다시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럴 여유, 생각조차 가지질 못했었다.

하지만 한달 전,나를 절망의 끝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던 일이 있은 후...
드디어 저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지난 한달 넘게 매일 같이 술을 마셨다.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도 하지 않고, 술만 마셨다. 그냥 마신게 아니라 미친듯이 마셨다.
끝도 없이 떠오르는 괴로운 기억... 그것을 멈추게 하기 위한 방법이 술 밖에 없었었다.

일주일 전 쯤부터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코피를 한바가지 쏟고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코피가 났었다.
왼쪽 눈에 촛점이 완전 흐려지고 눈꺼풀에 뭔가가 엄청나서 눈이 너무 아프고 뜨기도 힘들었다.
혈액 순환이 안되기 시작했는지, 팔다리가 자주 저리고... 얼굴도 꽤 부었다.
아침에 몸이 일어나지지 않아서, 2시간이나 지각을 한 날도 있었다.
더 이상 술먹지 말라고 온몸에서 저항하는데도...
술을 먹지 않고서는 괴로운 기억, 두통, 불면증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이대로 망가져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었다.
난 스스로 의지와 근성이 강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회복이 안되었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쏟은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그 생각이 점차 내 머리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것인지...
회사에 여름 휴가 기간이 왔다.
난 입사한지 2달이 갓 지난 상태라 휴가를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너무나도 간단하게(?) 휴가 승인이 떨어졌다.

끝이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던 나를 다시 붙잡아 줄 수 있는 그런 휴식 기간이 온 거 같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원했던 휴가가 있었나 싶다.
다시 나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싶다.
지금껏 지내온 그 어떤 시간보다 가치있는 시간이길 간절이 바라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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